신경성위장장애

아무리 검사를 해도 특이 병변을 발견할 수 없고, 이런 저런 치료를 다 해봐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질환이 우리 주위에 많은데 그 중의 대표적인 것이 신경성 위장질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능성 위장 질환으로도 표현되는 이 질환은 원인과 기전이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으므로 치료나 관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소화기 계통의 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의 약 30 ~ 40 %정도가 이 질환에 속한다고 하나 점점 예민해져가는 현대인들의 정서상태로 미루어 보아 훨씬 더 많은 환자가 고통당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질환은 진단과정이 쉽진 않습니다.

진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 식도궤양, 역류성식도염, 위암이나 식도암, 담도계질환이 아님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기질적인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서 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서양의학의 각종 기계검사를 시행해도 별 이유가 나타나지 않아 환자는 괜스레 불안하게 되는데, 반드시 한방적 진단과정을 통해 기계가 찾지 못하는 기능 이상의 원인을 밝혀냄으로써 병의 확실한 소재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경성위염이 심해지면 결국 만성적인 경과를 거쳐 기질적인 장애를 일으켜서 소화성궤양(위십이지장궤양) 등의 병에 이르게 되므로 시초라고 생각될 때 잘 진단하여 치료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한방의 검사에만 의지하는 것은 자칫 큰 이상이 숨어있는 것을 간과할 수 도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합니다. 위장 점막의 큰 손상이 없이 기능적 측면의 이상의 경우에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기능병리에 구체적인 이론을 소유하고 있는 한방적 논리가 진단에서 보다 쓰임새가 있습니다.

증상으로는 팽만감, 속쓰림, 명치 끝 동틍, 구역감, 복통, 불규칙한 대변 등의 소화기증상과 신경예민, 불안, 우울증 등의 정서장애, 두통, 어지러움, 손발저림 등 온몸에 걸쳐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서양의학에서는 이 질환에 대해 주로 위장관의 운동장애에 촛점을 맞춰 설명하고 있으며 이외에 자율신경 기능문란이나 위장내에 분비되는 각종 소화분비물질의 이상, 홀몬 분비 이상 등과 관련을 시킴으로써 궤양 등과 같은 위장점막의 실질병변과는 관계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경성 위장질환이라고 표현하는 대신 기능성 위장질환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지도 모릅니다.

그에 비해 한의학에서는 이 질환의 원인과 병리에 관해 보다 포괄적으로 생각합니다. 위장증상의 원인이 스트레스(한의학에서는 七情으로 표현)면 모두 이 범주에 귀속시킬 수 있고 따라서 궤양이건 염증이건 위점막의 이상 정도에 관계없이 주된 원인이 스트레스라면 신경성 위장질환에 포함시켜 진단을 하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어떤 경로를 거쳐 위장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한방적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트레스는 위장에 직접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 쓸개, 간장, 콩팥을 거쳐 위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설명하는데 즉,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장의 기능이 울결되거나 화 가 나게 되며 화가난 간장 (肝火)이 위장을 공격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심장이나 쓸개기능이 약하면 정신력이 약해져서 스트레스에 대항하지 못하고 민감해지기 떄문에 신경 쓸 때마다 위장내 혈액순환이 안되고 소화액 분비이상으로 소화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파악합니다. 이외에 10 여 가지의 다른 원인에 의해 신경성 위장질환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는데 결국 이 질환에 대해 양의학에서는 위장을 중심으로한 운동장애에 촛점을 맟춘 반면 한의학에서는 모든 장기들이 관련되는 전신질환의 견지에서 본것이 다르다 하겠습니다.

위장병에 대한 한방적인 치료는 환자의 상태를 음양(陰陽), 표리(表裡), 허실(虛實), 한열(寒熱), 기혈수(氣血水) 등의 한방적 관점으로 본 척도를 이용하여 진단해가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특히 경험상 위장병에 있어 한약의 효과는 여타질환에 비해 탁월하다고 생각됩니다. 위장은 습(濕)한 환경을 싫어하는 장기이므로 습한기운이 위장에 오래 머물게 되면 담(痰)이라는 비생리적인 액체가 위장의 기능을 방해하게 되고 증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한방적인 치료에는 거습(祛濕),거담(祛痰)을 위주로 하며, 기운이 약한 사람은 보기(補氣)하는 약을, 신경성이라고 생각되면 안심(安心), 간기(肝氣)를 풀어주는 약물을 (한방에서는 간을 정신과 특별히 밀접한 장기개념으로 규정하고 있음), 산이 많을 때는 제산의 효과가 있는 모려분, 오적골 ,황련 등의 약물을 같이 쓰게 되는 등 환자의 개체성과 증상유발의 내외적 환경을 중시하여 치료대책을 세우게 됩니다.

입에서 냄새가 나고 식욕이 떨어지면서 위가 억누르는 것처럼 자주 아플때에는 황련탕, 위염으로 인해 변비가 생겼을 때는 소승기탕, 만성적인 설사가 동반될 때에는 이중탕, 음식을 먹기만 하면 소화가 잘 안되고 위염증상이 나타날때는 이진탕 계통의 처방이 효과적입니다.만성적인 위장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은 향사육군자탕 계통의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면 허약한 위장을 보강해줄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간에 응결된 기(氣)나 화(火)를 풀어주는 것을 주된 방법으로 삼고 정신력을 증강시키며, 상하의 물질교류를 촉진시켜 위에 필요한 생리적 물질 공급을 원활히 하는 것과 심장과 비장의 혈액기능을 활발히 하여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내 혈액순환 장애를 개선시켜주는 것 등 보다 전반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한방치료의 개요입니다. 이외에 체질적 문제로 인한 경우엔 체질개선 하는 것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