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오늘도 아침을 거른다. 남들에겐 아침 같은 거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말해 먹을 수가 없다. 고작 4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밥을 먹을 바에야 차라리 한 숨 더 자는 게 낫다. 회사를 향하는 길은 언제나 그랬듯, 정신이 없다. 아침의 여유…, 가져본 적이 있던가. 허둥지둥 자리에 앉으면 이제 시작인데, 몸은 벌써 지친다.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도 병원에선 이상이 없단다. 오늘도 아픈 머리를 움켜 쥐고 자리에 누웠다. 4시간 후면, 다시 머리 아픈 하루의 시작이다…….
공감한다면 독자도 어느 정도 짐작했을 테다. 소리 없이 찾아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우리를 괴롭히는 적, 스트레스. 차라리 칼에 베인 것이라면,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 그만인 것을, 스트레스에 잡히면 마땅한 묘안이 없다. 그렇다고 이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그만둘 수도, 세월아 네월아 하며 태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랬다간 원하지 않아도 회사가 날 버릴 것이고, 그 고통은 더 견디기 힘들다.
갈수록 문명은 첨단을 달리는데, 왜 삶은 더 힘들게만 느껴질까. 치열한 경쟁의 시대,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스트레스와 가까워졌다. 이 그림자를 없애고 싶고, 그래서 활기찬 인생을 열어가고 싶어도 사실 치료약이라는 게 없다. 몸이 아닌 마음에 난 상처라서…….
그런데 이 스트레스라는 ‘만병의 근원’을 조금은 다르게 보는 이가 있다. 한의사인 온유한의원 김지훈 원장. 그는 “때로는 스트레스가 있기에 변화 발전하며 더욱 건강해지기까지 한다”며 “몸에 좋은 운동도 알고보면 작은 스트레스의 일종이다. 스트레스를 없애려 하지 말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온유한의원 김지훈 원장 뒤로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성경구절이 보인다. ⓒ김진영 기자 |
듣고보니 왠지 힘이 나는 말이다. 어차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까. 이왕 받는 것이라면 김 원장 말대로 그것을 잘 다스려 오히려 내 삶에 활력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싶다. 김 원장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말,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 생겼다는 그 말이 오히려 환자에게 더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원양어선이 잡은 물고기들을 어항에 넣고 먼 항구까지 가다보면 어느새 물고기들이 힘을 잃고 죽어간다고 해요. 그런데 여기에 메기 한 마리를 넣어두면 되레 물고기들이 싱싱하게 살아 움직인다고 합니다.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헤엄치면서 더 건강해진다는 거죠. 스트레스가 마치 이 메기와 같은 거예요.”
스트레스의 유익, 메기의 역설…, 어딘가 성경의 메시지와 많이 닮아있다. 성경은 핍박을 기뻐하고 고난에 감사하라 분명 말하지 않던가. 핍박과 고난을 견뎌낸 자의 기쁨만이 진짜 기쁨이라 성경은 우리에게 역설한다. 김 원장 역시 신실한 크리스천이었다. 고난을 통한 기쁨, 십자가 이후의 부활…, 어찌보면 하나님은 우리의 몸도 그와 같은 진리로 지으신 것이 아닐까. 따라서 스트레스가 아주 없었으면 좋겠다는 건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성경에서 마태복음 11장 28절부터 30절까지의 구절을 가장 좋아해요.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요즘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분들을 보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건, 이들에게 정말 쉼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진짜 쉼이라는 게 뭘까, 곰곰이 묵상해 보면 집에서 그저 텔레비젼을 보고 잠을 자는 것만이 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예수님은,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하셨습니다. 그러면 쉼을 얻을 것이라고. 인간에게 다 내려놓으라 하신 주님께서 자신의 짐을 다시 지라는 것인데, 그럼 진짜 쉼을 얻게 된다는 겁니다. 내 짐을 내려놓고 온유하고 겸손하신 주님의 짐을 질 때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 그건 오히려 우리를 더욱 건강하게 하고 쉬게 할 스트레스가 될 거예요.”
영과 마음, 몸의 조화…환자 대하는 마음이 치료의 시작
이처럼 김 원장은 병을 단순히 몸의 차원에만 국한시키지 않는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리스천인 그는 마음 이전에 또한 영을 강조한다. 영의 아픔이 마음의 아픔으로, 다시 몸의 병으로 드러난다고 그는 믿는다. 영과 마음과 몸이라는 이 전인적인 치유가 바로 김 원장이 추구하는 치료의 핵심이다. 그는 “성경이 말하는 사랑과 용서는 상처입은 우리의 영을 치유한다”며 “그렇게 영이 건강해지면 인간에 내재된 자연치유력이 복돋워지고, 이로 말미암아 우리의 몸은 원래의 온전함을 회복하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결코 병원을 찾은 ‘고객’으로 보지 않는다. 환자를 고객으로 인식하는 그 생각 자체를 잘못된 치료의 시작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환자를 고객이 아닌 하나의 인간, 무엇보다 하나님이 사랑하는 하나의 인격으로 대할 때 이미 치료는 시작된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이런 마음 때문일까. 온유한의원은 다른 병원들이 흔히 다루지 않는 공황장애와 불안장애 등 정신적 질병들을 주로 치료한다.
“제가 의사지만 환자의 몸만 주목하고 그것만을 규정하기보다 환자가 직접 보지 못하는 마음과 영의 문제를 보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늘 기도하죠. 그런 것을 민감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해 달라고. 그렇게 하나님의 마음과 치유의 능력을 전달받아 이 땅에 아파하는 많은 사람들을 고쳐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또한 하나님께 받은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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